본문 바로가기

취미/Wine

에게르 미녀의 계곡 Akona 와인 농장 방문기(ft. 헝가리, 2021, 코로나)

저번 주말에는 시간을 내어 와인을 사기 위해 부다페스트 우측에 위치한 도시인 에게르 지역에 방문했습니다. 이동거리는 부다페스트에서 약 130~140km 거리로 렌트카를 통해 이동했기 때문에 1시간 10분 정도면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고속도로는 최대속도가 130km 제한속도로 1차선은 추월차선으로 정말 많은 차들이 빠른 속도로 통행하고 있었습니다. 

저희가 와인을 사기 위해 방문한 곳은 Valley of the Beautiful Woman이라고 불리는 미녀의 계곡 근처의 와이너리였습니다. 긴 시간을 달려 이 곳에 오니 사람의 흔적도 덜할 뿐더러 수도가 아닌 외곽지역이다 보니 마스크를 쓰지 않은 많은 분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아래 사진은 미녀의 계곡이라고 불리는 곳의 전경사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사진에는 잘 안 보이지만 중앙에 자그마한 공원 느낌으로 벤치가 있고 동네주민처럼 보이는 분들이 몇몇 모여 불을 피워놓고 고기를 구워먹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무언가 타는 냄새가 정겨우면서 겨울이라 그런지 앙상한 가지와 음산한 기운이 해리포터에 나올 거 같은 음산하고 어두운 숲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저 미녀의 계곡을 둘러싸서 와이너리들이 쭈욱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여기와서 느낀 점은 어디를 갈 때마다 많은 상점들이 문을 닫았다는 건인데요. 오늘도 절반 정도의 가게들은 문을 닫고 영업을 하지 않았습니다.

헝가리에 2년 가까이 살았던 친구는 Villany 빌라니 지역의 와인을 추천해줬는데 물어보기 전에 무심코 에게르 지역으로 오게 되었습니다. 결과적으로는 많은 가게들이 문을 닫아서 아쉬웠지만 그 와중에 나이가 많아 인심좋고 편안한 노년의 주인분을 만나 다양한 와인 시음도 해보고 내부 공간도 구경할 수 있어서 더없이 좋은 경험이였습니다. 저희가 방문한 와이너리는 바로 Akona 아코나라는 이름의 와이너리입니다.

https://goo.gl/maps/mfC5qSXyB9cr5pZJ7

 

Akona Pincészet

★★★★★ · 와인 농장 · Eger Disznófősor 39

www.google.co.kr

아코나 와이너리 입구 모습

정면 모습인데요. 아무래도 코로나로 인해 관광객들의 발검음이 많이 끊기면서 아쉽게도 활발한 모습은 아닙니다. 사진 속에 동굴같은 모습이 보이시나요. 따라 들어가 보겠습니다. 아래 사진은 가게입구를 통과해서 내부로 들어온 모습인데요.(안에서 바깥을 향해 찍은 사진입니다.) 벽돌로 동그랗게 돔같은 형식으로 차곡차곡 쌓아 만든 것이 인상적입니다. 우측에 있는 통로는 화장실 입구네요.

아코나 와이너리 입구 모습

위에 통로를 따라 들어오면 아래와 같은 공간이 나타납니다. 작은 테이블과 앤틱한 느낌의 가구, 그리고 우측에 홀과 다양한 크기의 와인잔과 와인들, 그리고 60세가 넘어보이시는 인상좋은 할아버지가 우리를 반겨줬습니다. 벽에 마치 헝가리 기사문양? 처럼 보이는 방패 모양도 눈에 들어오네요. 어색한 인사와 함께 어떤 어떤 와인을 찾고 있다고 할아버지께 설명을 드리니 대뜸 와인잔에 와인을 따라 시음을 하라고 건네주십니다. 

아코나 와이너리 내부모습
내부에 벽에 걸린 문양
로제와인과 황소 라벨이 붙은 와인 모습
아코나 와이너리 홀 모습

같이 간 지인이 찾는 와인은 스윗한 느낌의 레드와인. 대뜸 건네 주신 와인을 먹고 내뱉은 첫 마디가 "와, XX 맛있다" 입니다.(욕이라서 XX처리를 했습니다.) 그리고 나서 제게도 물어봅니다. 시음을 하겠냐고. 그래서 제게도 드라이 계열의 레드 와인이라면서 먹어보라고 잔을 건네시면서 여러 와인을 시음하게 됩니다.

홀 상단에 비치되있던 와인들
테이블 모습

더 많은 와인이 있는지 가게 안쪽의 공간으로 쭈욱 할아버지를 따라 들어갑니다. 동굴 내부 느낌의 널찍한 공간에는 예전같으면 테이블을 놓고 레스토랑같이 많은 손님들이 다양한 음식을 즐기고 있을텐데 텅하니 비어있습니다. 할아버지를 따라 들어간 공간의 끝에는 와인을 숙성 중인 오크통과 스테인레스통 같은게 보입니다. 저 통에서 할아버지는 와인을 바로 뽑아 저희들의 잔에게 담아주십니다.

내부 모습
숙성하는 모습

켜켜이 쌓여있는 오크통의 1단에서 꺼내주신 와인은 2018년 빈티지고 카베르네 프랑 품종으로 담은 와인이라고 했습니다. 같이 와인잔에 받아 마신 와인은 그 특유의 거친 맛이 일품이였습니다. 거친 맛에 익숙치 않아 헛기침을 세게 하는 모습에 할아버께서 웃으시기도 하네요.  두번째는 좌측 스테인레스통에서 꺼내주신 2018년산 피노누아로 만든 레드를 맛보았습니다. 모나지않고 부드러운 느낌이 일품으로 점점 시음의 매력에 빠지게 되었죠. 큰 스포이드 처럼 기다란 관으로 와인을 뽑아 손가락으로 막은 채 와인잔에 가져다 대고 손가락을 빼서 와인을 쪽쪽 빼서 담아주는 모습이 신기할 따름이였습니다.

숙성하는 모습
숙성하는 모습

이 곳에서 마지막으로 먹은 와인은 할아버지가 서있는 하얀색 통에서 뽑은 와인으로 황소의 피라고 불리는 와인입니다. 16세기 오스만투르크가 에게르성을 침공했을 때 와인을 마신 흔적과 용맹하게 싸운 모습이 마치 적들은 황소의 피를 들이키고 강렬하게 싸우는 것으로 보였나 봅니다. 어쨌든 받아마신 황소의 피로 불리는 와인은 확실히 그동안 먹어온 와인과 달리 특색있는 느낌이였습니다. 할아버지께 여기서 얼마나 계셨냐 여쭤보니 자기는 늦게 시작해서 이제 3년 밖에 되지 않았다고 하시네요. 서늘한 온도 또한 여쭤보니 연중 14도로 유지된다고 추가적인 설명도 해주셨습니다.

마지막으로 화이트 와인 시음을 하고 찍은 저의 와인잔입니다. :) 완전 뿌듯하네요. 그리고 저는 6,500HUF를 주고 세개 와인을 샀습니다. ㅎㅎ 와인병이 아니라  플라스틱 통에 담아 할아버지께서 손수 라벨을 붙여주셨습니다. 2018산 피노누아가 2,500HUF고 다른 두 개 와인은 각각 2,000HUF 입니다. 3개 와인을 26,000원 정도로 샀다하니 이건 엄청난 이득이 아닐 수가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가격표가 나와있는 메뉴판을 보여드리겠습니다. 예전에 만들어진 낡은 메뉴판으로 현재 가격과는 조금 차이까 있어 보이네요. 즐거운 시음과 쇼핑을 하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돌아가는 길에 에게르 성을 잠시 들려봅니다. 하지만 코로나로 인해 굳게 닫힌 에게르 성 외곽의 모습만 보고 돌아갑니다. 어찌됐든 생산적이고 알찬 하루는 보낸거 같습니다. 빨리 오늘 산 와인을 먹어 보고 싶은 기대감과 함께 글을 마치겠습니다.